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이유

월과 계절에 대해서 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1월은 겨울이냐는 딸의 질문에, 월별로 계절을 나누는 것이 그렇게 의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9, 10, 11월은 가을이고, 12, 1, 2월을 겨울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예전에는 겨울이 다가오면 이 지겨운 추위가 언제나 끝나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나이가 들며 시간이 빨리 가면서 겨울로 접어 들어도 한 3달이 금방 가니까 곧 봄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겨울이 무섭지가 않다. 딸에게 1년이 길게 느껴지는지 물었더니 엄청나게 길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다고 했다. 할머니 집에 놀러간 시간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단다.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은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아서 아닐까. 맨날 부모님 잔소리를 들으며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살다가, 재미있는게 있으면 보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먹고, 내가 깨어있고 싶은 시간까지 깨어있으니 너무 재미있어서, 사는게 점점 재밌어져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