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기능 하나의 무게: 기술 통합의 보이지 않는 복잡성

단순해 보이는 기능 "안드로이드 앱에 구독 기능을 추가하자." 계획은 단순했다. 사용자들이 프리미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월 구독 플랜을 만드는 것. 많은 앱들이 하고 있는 일이고, Google Play도 이를 위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얼마나 복잡할까? 펼쳐진 체크리스트 실제로 시작하니 필요한 작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판매 상품의 ID를 앱에 연결 Google Play Console에서 상품을 생성하고, 그 ID를 앱 코드에 연결해야 한다. 백엔드에 Google Play Developer API 설정 구독 상태를 서버에서…

“예뻐지는 데이터”: 숫자가 아닌 모양이 말해주는 것

데이터가 예쁘다는 건 무슨 뜻일까 KnotNet 개발 10일차, 동료가 데이터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데이터가 예뻐지고 있어."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고, 특별히 큰 숫자가 나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보고 있던 것은 숫자가 아니라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도 보기 시작했다. 데이터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숫자의 변화 먼저 객관적인 지표부터 보자. 10일차 초반 vs 후반: 지표 초반 후반 변화 파워유저 수 2명 4명 +100% 평균 활동일수(상위…

가장 가까운 세 사람의 거절: 타겟 유저의 명확성이 주는 교훈

세 번의 거절 KnotNet의 첫 버전을 만들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요청했다. 아내, 그리고 함께 일하는 두 명의 동료. 피드백을 받고 싶었고, 초기 사용자로 만들고 싶었다. 결과: 세 명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만든 게 그렇게 안 좋나?' '설명을 잘못한 건가?' 여러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것은 나쁜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신호라는 것을. 과거의 실수: 유튜브 채널 몇 년 전,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채널 초기에는 구독자 수가 중요하게 느껴졌다.…

타임라인 1일차: 개발 시작 7일차: 웹 버전 완성 및 런칭 7-10일차: 140명의 초기 사용자 확보 10일차: 안드로이드 & iOS 앱 개발 완료, Google Play Store 테스트 모드 런칭 겨우 열흘 만에 웹과 모바일 앱을 모두 런칭했다. 이 속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한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리고 왜 이렇게 서둘렀을까? 가설: 모바일 접근성이 핵심이다 웹 버전을 만들면서 확인한 것은 사람들이 기록이라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140명이 가입했고, 실제로 사용했다. 프로덕트 마켓 핏의…

실수하지 않는 것이 미덕일까: AI와의 협업이 가르쳐준 개발자의 본질

완벽함의 신화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오랫동안 하나의 이상향이 존재해왔다. 버그 없는 코드를 작성하는 것, 한 번에 완벽한 설계를 하는 것, 실수하지 않는 것. 10x 엔지니어의 이미지는 항상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다. 나 역시 그런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실수는 부끄러운 것이고, 코드 리뷰에서 지적받는 것은 실력 부족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드를 작성할 때 지나치게 신중해지고, 때로는 완벽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Claude Code와의 협업에서 발견한 것 KnotNet을 개발하면서 Claude…

인앱 브라우저가 만든 보이지 않는 장벽: KnotNet의 사용자 유입 문제 해결기

데이터에서 발견한 이상 신호 KnotNet을 운영하면서 Google Analytics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트래픽 소스별 데이터를 살펴보던 중,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YouTube에서 유입된 사용자들은 returning user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사람들이 한 번 방문한 후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다.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였다. 그런데 LinkedIn과 Threads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Returning user가 0이었다. 단 한 명도 재방문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제의 원인: 인앱…

AI 도입 100%가 어려운 이유

AI를 통해 프로젝트를 100% 자동화하고 싶다는 목표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인간의 감정과 이해관계라는 본질적인 장애물 때문에 여전히 현실화되기 어렵다. 인간은 논리적으로 최선인 선택에 직면했을 때도 자신의 감정적 반응과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감정이 단순히 비효율을 초래하는 요소가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그의 저서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소개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전두엽 손상으로 감정적 신호를 처리하지 못하게 된 환자는…

브루트포스에서 엔지니어링으로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처음에는 단순한 힘의 경쟁에서 시작된다. 증기기관이 석탄을 무작정 태워 효율을 따지지 않던 시기처럼, 초기의 AI 모델 개발도 막대한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쏟아부으며 규모로 승부를 보려 했다. 더 많은 파라미터, 더 큰 모델, 더 강력한 컴퓨팅 자원을 가진 쪽이 앞서나가는 시대였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결국 한계에 도달한다. 자원을 더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발전 속도가 더뎌지고, 비용 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지점에 이르면 효율화가 필요한 시기로 넘어간다. 최근 AI의 최적화 흐름에서 주목받는 MoE(Mixture…

AI가 정체성을 가질 수 있을까?

AI 모델이 학습한 행동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는 단순한 데이터 일반화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논문에서는 이를 '행동적 자기 인식'이라 정의하며, 모델이 특정한 행동 패턴을 학습했을 때, 명시적인 학습 없이도 이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예를 들어, 모델이 위험을 선호하는 경제적 결정을 하도록 학습되었을 경우, '나는 대담하다' 또는 '나는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AI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한 데이터 패턴을 따라가는…

인간은 죽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선언을 통해 인간이 더 이상 신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초인 개념은 단순히 자유를 선물받은 인간의 자율성을 넘어, 혼란 속에서도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는 의지로 연결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인간은 죽었다'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AI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익을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심지어 인간의 창의적…

모두가 똥을 싸는 시대

현대 미디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과거에는 지상파 3사와 몇 종류의 신문처럼 제한된 채널을 통해서만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었다. 이때 생산자는 매우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비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했다. 창작물이 세상에 노출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인 동시에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과 다양한 플랫폼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생각을 게시하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생산의 문턱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았다. 모든…

보증 정책의 아이러니

제품 보증 정책은 언제나 아이러니를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전자제품은 1년 또는 2년 보증을 제공한다. 그러나 고장이 날 확률은 초기 불량 문제가 아닌 이상 보통 1~2년 안에는 낮다. 이 시기는 제품의 안정성이 비교적 보장되는 “가장 쉬운 시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 제품의 내구성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3년 차 이후에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때는 제조사의 보증 범위를 벗어나, 수리의 책임이 온전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보증 기간의 설계는 결국 “이 제품은 2년까지만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진화와 혁신 – 자연과 기술이 보여주는 패턴

생명의 진화는 초기의 느린 발전에서 복잡성을 획득한 뒤 급격히 가속화되었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서도 볼 수 있는 패턴과 놀랍도록 닮았다. 단순한 기초 단계에서 출발하여 복잡한 라이브러리와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빠른 혁신이 가능해지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기술의 공통된 원리를 엿볼 수 있다. 지구상에 생명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약 38억 년 전으로, 초기에는 단순한 단세포 생물들이 화학적 진화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갔다. 이 시기는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형성되는 데 걸린 긴 시간을 반영하며, 생명의 기본 구조가…

나의 성장에 집중하기

비즈니스 결과는 항상 내가 잘하거나 못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있는가 하면, 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우연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를 기준으로 나 자신을 평가하기보다는, 자기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잘했음에도 비즈니스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은 생각보다 받아들이기 쉽다. 결과가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 자연스럽게…

인생은 대기업 그룹처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대기업 그룹의 운영 방식과 닮아 있다. 시장에서 가장 인정받는 회사 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카메라, 책, 그리고 컴퓨터 업그레이드 같은 활동에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삶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대기업 그룹이 수익성이 높은 계열사를 통해 번 돈으로 다른 계열사를 지원하며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듯, 나 또한 잘하는 일을 통해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활동에 투자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잘하거나 좋아하는 일이 반드시 돈을 벌기에 적합하지 않기…

그런 일이 생기면 책임지실거에요?

“그런 일이 생기면 책임지실거에요?“라는 말은 어쩌면 너무 익숙하다. 우리는 종종 이 말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책임을 묻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나는 그 일을 절대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심리가 반영된 표현이다. 문제는 이 태도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 말이 가지는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작은 리스크를 침소봉대하는 심리다.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근거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타인은 지옥이다

우리는 하루의 상당 시간을 화면을 바라보며 보낸다.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 화면부터 거실 한쪽을 차지하는 대형 TV까지, 각종 기기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타인과 연결시키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다. 소셜 미디어에서 누군가의 완벽한 일상을 스크롤하다 보면, 스스로의 일상이 초라해 보이는 순간을 경험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제 모든 대사에 자막이 달려, 대중의 웃음 포인트나 감정선을 의도적으로 이끌어낸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잃고, 타인의 기준에 얽매여 산다. 소셜 미디어와 TV 자막은 그저 즐길 거리를…

AI툴 수집의 시대

AI 도구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다양한 도구들을 모으는 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료를 정리하고, 마인드맵을 만들어 주는 등 각종 기능을 제공하는 이 도구들은 본질적으로 결과를 더 잘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도구들의 편리함과 우수함이 과대 포장된 서비스를 마주할 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 도구로 무엇을 해낼 것인가?’라는 질문 대신, 도구를 수집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에 그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는 일종의 수집욕과 닮았다.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AI와 우리의 미래

AI의 목표 설정은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체스 AI가 승리를 목표로 프로그램되었을 때, 규칙을 준수하며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 대신 상대의 프로그램을 해킹해 승리한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AI는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허용된 방법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라면 어떤 수단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체스 게임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행복이라는 고차원적 목표를 설정했을 때조차, AI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류를 행복하게…

팩트풀니스 VS 넥서스

한스 로슬링은 유발 하라리의 팩트풀니스와 넥서스는 이렇게 객관적 세계와 주관적 인식의 대립을 보여준다. 로슬링이 제시하는 긍정적인 데이터를 사람들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의 인터넷, 특히 웹 2.0의 발달은 그 답을 제공한다. 참여와 협업이라는 웹 2.0의 이상은 현실의 정보를 손쉽게 공유하고 확산시켰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자랑하고 싶은 순간만을 선택적으로 노출하며, 이를 본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